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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더라도 ‘혼인 무효’ 가능하다”
작성일 : 2024-07-05 조회수 : 315
대법, 40년만에 판례 변경
이혼과 혼인 무효 효과 달라
‘실체적 심리’ 진일보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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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이미 이혼했더라도 혼인 무효 처분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단이 나왔다. 부부가 이미 이혼했다면 혼인 무효 처분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던 대법원 판례가 40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조희대 코트’에서 선고한 첫 전합 판결이다.

 

그동안 이혼 뒤에는 혼인 무효 여부를 다퉈볼 수도 없이 각하됐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중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혼을 한 뒤에도 원천적으로 혼인을 없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심리조차 못 받았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 무효 여부에 대해 법원에서 실체적 심리를 받아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혼인의 무효·취소’ 사건이 1심에 접수됐던 사건 수는 △2019년 1014건 △2020년 795건 △2021년 723건 △2022년 643건이었다. 이번 판결로 향후 혼인 무효 소송 건수가 증가할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3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혼인의 무효 소송(2020므15896)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 판단을 파기자판하고 서울가정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해 혼인관계가 해소된 경우 혼인관계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가사소송법의 취지에 비춰 볼 때 이혼 후 제기된 혼인무효 확인의 소가 과거의 법률관계라는 이유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요구를 위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혼인관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가족관계등록부의 잘못된 기재가 단순한 불명예이거나 간접적·사실상의 불이익에 불과하다고 봐서, 기재의 정정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기재 내용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에서 확인의 이익을 부정하는 것은 혼인무효 사유의 존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방법을 미리 막아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권리구제를 제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 미치나

이번 전합 판결에 따라 외국인 배우자가 혼인신고 후 잠적하거나 가출해 이혼한 경우 상대방이 혼인 무효 소송을 통해 가족관계등록부에서 혼인 기록을 삭제할 수 있게 됐다. 또 만취한 상태에서 라스베가스 등에서 술김에 결혼한 뒤 이혼한 부부의 경우에도 혼인 무효를 다퉈볼 길이 열렸다.

 

무효인 혼인은 처음부터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혼은 이혼 후에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혼 전 혼인을 전제로 발생한 법률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혼인 무효와 이혼의 법적 효과가 달라 이혼 후에도 혼인관계가 무효임을 확인할 실익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혼인이 무효라면 민법상 인척간의 혼인금지 규정 및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민법상 일상가사채무에 대한 연대책임도 물을 수 없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친족 간 도둑질에 대한 특례’라는 뜻으로, 이에 해당하는 재산 범죄는 가까운 친족(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간이면 형을 면제하고, 먼 친족(가까운 친족을 제외한 친족) 간이면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친고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만약 부부 중 일방이 공무원이어서 연금을 받다가 이혼한 경우, 추후 혼인 무효를 다퉈 인정된다면 당초 부부 사이가 아닌 게 되기 때문에 연금 부정수급이 될 수 있다. 또 자동차 보험의 경우 가족 운전 특약을 적용받아 사용했던 부부였지만 이혼 후 혼인 무효가 인정될 경우 보험 적용 관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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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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